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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을 대접했습니다.(07152018)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8-07-14 (토) 10:54 조회 : 508

영웅을 대접했습니다.

 

남가주가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한여름에도 기껏해야 화씨 90도를 밑돌던 교회 인근 지역이 화씨 100도 가까이 달궈졌습니다지난 주일은 그나마 기온이 떨어졌다는 데도 여전히 더운 날이었습니다지난 주일 예배시간에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성찬식이 있었기에 가운을 입고 스톨을 한 채 예배의 자리로 나아가는데 예배 부장님이 저에게 속삭이셨습니다. "미국 교회 분들이 예배드릴 때 에어컨을 안 켰어요." 그 말에는 '지금 에어컨을 켰기 때문에 예배당 안이 조금 덥게 느껴질 수 있지만곧 괜찮아질 것'이라는 뜻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배당 안이 평소보다 후터분했습니다그래도 천정에 기다랗게 달린 에어컨 환풍구가 바람을 힘차게 내뿜고 있었기에 '조금 있으면 나아지겠지'라고 기대하며 예배에 임했습니다그런데이상했습니다시간이 지나며 차가운 바람이 나오고예배당 안이 선선해져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평소에는 에어컨을 조금만 세게 틀어도 춥게 느껴질 정도로 잘 나오던 에어컨이었습니다그 에어컨이 그날따라 작동을 멈춘 것이었습니다우리보다 앞서서 본당에서 예배드린 미국 회중이 에어컨을 켜기 싫어서 안 켠 것이 아니라 고장 났기에 안 켜고 예배드렸던 것이었습니다가운을 입고 설교하는 제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겨우 예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이번에는 친교실 안이 후끈했습니다어떤 분들은 식사를 들고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시고손부채로 작은 바람이라도 연신 만들어내며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그날 식사가 뜨거운 국물이 아니었고 샌드위치였기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은 분주했지만그럭저럭 주일예배를 잘 마쳤습니다그런데 문제는 그 이튿날이었습니다그날은 남가주 지역에 사시는 은퇴하신 감리교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이 우리 교회에서 예배드리시고우리 교회의 여선교회 회원들이 정성으로 준비한 점심을 대접하는 날이었습니다이미 메뉴는 삼계탕으로 오래전에 정했습니다여선교회 회원들은 며칠 전부터 재료를 사고오이 김치를 담그고전을 부치며 손님 맞을 준비에 들어갔습니다주일 오후그 뜨거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음식을 준비하시는 여선교회원들을 보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수고한 분들을 맥도날드로 초대해서 아이스 커피를 대접하고 격려했습니다.

그래도 월요일에는 기온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기대하며 교회에 나왔습니다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기온이 내려가기는커녕 아침부터 후끈거렸습니다그렇게 에어컨도 안되는 예배당에서 은퇴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셨습니다. 60~70명 정도가 모이신다고 해서 그 숫자에 맞춰서 음식이며 선물을 넉넉하게 준비했는데 예배드리시는 분들을 세어보니 70명이 훌쩍 넘었습니다부엌에서는 준비하는 손길들이 더욱 분주해졌습니다예배를 마치고 나오시는 은퇴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을 뵈면서 일생을 수고하며 살아오신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더울 때 뜨거운 삼계탕을 준비한다고 해서 걱정도 했지만삼계탕이 여름철 더위를 이기는 음식이기에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얼마나 맛있게 끓였는지 삼계탕 한 그릇이면 올여름은 끄떡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그렇게 점심을 잘 대접하고 나니 이제 뒷정리가 남았습니다저도 남아서 쓰레기 치우는 일테이블 정리하는 일 등을 도왔습니다팔을 걷어붙이고앞치마를 두르고 뒷정리를 감당하시는 여선교회 회원들을 보면서 예수님의 사랑과 헌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원로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을 배웅하면서 그분들의 뒷모습이 한 해 한 해 달라지시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그날 모이신 분들은 이민 목회자로 교회를 섬기시면서 많은 것을 희생해 이민 교회를 일구어 놓으신 분들이셨습니다그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한인 이민 교회가 없었겠지요비록 지금은 젊을 때의 당당함은 잃어버렸을지 모르지만그분들의 영혼은 여전히 은혜와 믿음 위에 당당하게 서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은퇴하신 목사님과 사모님만을 대접한 것이 아니라 한 시대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신실하게 감당하셨던 믿음의 영웅들을 대접했습니다사랑의 헌신을 성실히 감당하신 여선교회 회원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진 날이었습니다수고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