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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에 울려 퍼진 동백 아가씨의 노래" (08162015)

글쓴이 : LA한인연합감리… 날짜 : 2015-08-17 (월) 02:11 조회 : 1998


한여름 밤에 울려 퍼진 동백 아가씨의 노래


L.A.로 와서 좋은 것 중 하나가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박물관, 음악회나 오페라가 열리는 무대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문화적 혜택을 받고 사는 느낌을 주는 곳이 L.A. 입니다. L.A.인근에 있는 수많은 문화 명소 중 할리우드 볼 (Hollywood Bowl)이 있습니다. 할리우드 볼은 할리우드 산 중턱에 있으며 17,000여 명이 들어가는 미국에서 가장 큰 야외 음악당입니다. 여름이 되면 할리우드 볼은 각종 공연으로 분주해집니다. L.A. 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은 물론 현대 음악과 연극, 오페라 등 수준 높은 공연이 펼쳐집니다.

 

지난 주일 저녁 저희 교회 성가대원들과 함께 할리우드 볼에 갔습니다. 성가대 주최의 문화 행사에 참여하므로 성가대원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문화적 소양을 함양하고, 또 새로운 담임목사 가정을 초대해서 교제하려는 여러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었습니다. 성가대원들 간의 친목에 대해서는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성가대원들입니다. 수십 년을 한 교회에서 성가대원으로 함께 섬기며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는 성가대원들을 중심으로 모든 대원들이 친 형제자매 이상의 끈끈한 정을 나누며 살고 있습니다.

 

문화적 소양을 함양한다는 목적도 잘 이루어졌습니다. 이민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까운 극장 한 번 가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저녁 한때를 공연을 위해 비운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성가대에서 주최하는 행사이다 보니 별 부담 없이 시간을 내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더구나 지휘자님께서 한 주 전에 이날 공연의 이해를 돕기 위해 2시간 이상 강의해 주셔서 참석하신 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문화적인 소양이 쑥쑥 자라는 시간이었습니다.

 

새로 온 담임목사 가정과 교제하려는 목적도 잘 이루어졌습니다. 저로서는 일생에 두 번째 방문한 할리우드 볼이었고, 저희 아이들은 생전 처음 가본 곳이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2시간 전에 도착해서 피크닉을 하며 준비해 간 도시락을 나누며 교제하는 시간을 통해 그동안 교회에서 눈인사만 나누던 성가대원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가 공연되었습니다. 뒤마의 소설인 "동백꽃 여인(La Dame aux Camélias)"을 기초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비올레타라는 여인의 기구한 사랑이야기였습니다. 우리말로는 동백(椿)’ 자와 아가씨()’ 자를 써서 '춘희(椿姬)'라는 제목으로 불리는 작품입니다. 파리의 사교계의 꽃인 비올레타와 젊은 귀족 알프레도의 이어질 듯 엇갈리는 사랑의 줄다리기 끝에 결국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그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는 비극적인 내용을 베르디의 독특한 선율과 극적 구성력으로 복잡한 인간의 감정과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수준 높은 연주와 합창도 뛰어났지만, 각 배역을 맡은 독창자들의 온 힘을 다한 노래와 연기는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일어서는 데 주위에서 걸아나오는 사람들이 예술적 감동에 젖어 모두 친구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저희 큰 아이가 나오면서 물었습니다. "오늘 오페라는 어느 나라 말로 부른 거예요?" 스크린을 통해 나오는 영어 자막을 통해 대사는 이해했지만, 정작 오페라 원곡이 어느 나라 말인지 궁금했던 아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살짝 당황했습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이탈리아 말이지"라고 대답하는데 함께 공연장을 빠져나가던 주위 사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었습니다. "맞아, Yes" "정답이야, Right" "그렇지 O.K." 모두가 아이의 질문을 듣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들으면서 이것이 음악의 힘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두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그 감명을 함께 나눈 사람을 친구로 만드는 힘이 음악에 있었습니다.

 

우리 성가대의 찬양이 모두를 하나로 묶는 찬양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열심으로 예배드리는 모든 성도에게 감동이 되고, 그 감동이 은혜가 되어 온 교우가 한 마음이 되는 그런 찬양이 매주 예배시간에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한여름 밤에 울려 퍼진 동백 아가씨의 노래'가 준 감동이 매주 교회에서도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귀한 자리 마련해 주신 성가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