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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까?'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01-30 (목) 11:33 조회 : 37

저는 20대 중반에 미국으로 유학 왔습니다. 사실 공부는 핑계였고, 목회자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뜻을 거부하고 도망친 곳이 미국 하와이였습니다. 요나 선지자가 니느웨로 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하고 다시스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욥바에 내려갔을 때 '마침' 다시스로 가는 배를 만났던 것처럼, 저에게도 하와이로 도망치는 길은 '마침'의 연속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석사 과정만 끝냈지 학위를 받지 않았는데도 '마침' 하와이 주립대학에서는 박사 과정으로 들어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유학생인데도 '마침' 거주민 학비만 내면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도 '마침' 장학금도 주겠다고 했습니다. 영어도 서툰 저를 학교에서는 '마침' 연구 조교로 받아주어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요나가 '마침'을 은혜라고 착각하며 다시스로 가는 배를 탔을 때 큰 풍랑을 만나 물속에 던져져 물고기 배 속에서 사흘 밤낮을 머물렀던 것처럼, 저에게 하와이 유학 생활 3년은 큰 풍랑 속에 바다 한복판으로 내던져진 채 어둠에 갇혀 지내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세상의 눈으로 봤을 때 제가 가는 길은 평탄한 길이었지만, 영적으로 봤을 때는 하나님의 뜻을 저버린 채 걸어야 하는 어둠의 길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더는 거부하기 어려웠습니다. '하나님! 하나님께서 저를 목회의 길로 부르시는 것 같은데 도대체 뭘 보고 그렇게 부르시는 겁니까?' 때로는 따져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부르시는 길을 가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은 '무엇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까?'라는 질문이 되었습니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제가 가진 재능과 성품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면서 저 자신을 시험했습니다. 20대에는 성가대, 청년부, 찬양팀, 교회 학교, 속회, 병원 선교, 노인대학, 행정 사역, 그리고 교회 버스 운전까지 하면서 교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하나님이 저를 사용하시려고 하는 은사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나이 서른에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신학교에 간 이들보다 10년은 늦었다는 위기감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늦게 시작하는 공부니만큼 더 열심히 해서 하나님의 일을 잘 감당해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탔습니다. 30대에는 신학생으로 전도사로 또 개척 교회 목사로 살면서 '무엇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까?'라는 질문에 삶으로 발버둥 치며 응답했습니다.

40대에는 댈러스와 하와이에서 이민자들을 섬겼습니다. 낯선 땅에 떨어진 씨앗 하나가 어렵게 뿌리를 내리듯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애쓰는 이민자들을 돌보며 '무엇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갔습니다.

50대에는 LA연합감리교회에 부임하여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교회에 보내신 하나님을 무엇으로 기쁘시게 할까?'라는 질문을 마음에 안고 사역하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제가 가진 성품과 재능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고 애썼다면 이제는 저에게 맡기신 이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함께 사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라는 작은 소망이 생겼습니다. 

설교자로 살면서, 글을 쓰면서, 또 담임 목회를 하면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저 자신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 능력과 재능, 성품을 통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내려놓을 때 깨달아지는 것이 따로 있었습니다.

설교로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저 자신이 설교대로 사는 삶이 더 소중하다는 것도 이제야 깨달아지는 진리입니다. 성경 공부를 통해 깨달음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의 큰 신비를 삶으로 증명하는 것이 더 큰 공부임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사역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더 중요하고, 결론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무시할 수 없음도 분명히 알만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무엇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까?'라는 질문은 어리석은 질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무엇'이 아니라 '우리' 때문에 기뻐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대단한 '무엇'을 이루기보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성실히 '우리'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곁에서 또 다른 '우리'가 되어 하나님의 기쁨을 함께 만들어가실 모든 분을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