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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셈 치고, 먹은 셈 치고"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02-02 (일) 11:17 조회 : 36

목회를 하면서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 외의 수입이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장례식이나 결혼식 등에서 집례나 순서를 맡았을 때 가족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주시는 사례도 있고, 부흥회나 세미나 등을 인도하고 강사비로 받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받을 때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목회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다른 사례를 받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안고 씨름하다가 처음에는 마음만 받겠다고 하면서 그 어떤 사례나 감사의 표시도 극구 사양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목회자를 향한 감사의 마음조차 외면하는 것이 오히려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그 물질이 목회자 개인이나 가정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면 앞으로도 그 물질의 올무가 될 수도 있기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저는 외부 집회를 통해 받는 사례금이나, 교우들께서 사랑의 마음으로 섬겨 주시는 물질은 제 개인이나 가족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고 사랑을 나누는 일과 어려운 이웃을 돕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일에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실천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애쓴다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저도 사람인지라 현금이 손에 들어올 때면 다른 데 사용하고 싶은 유혹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 유혹을 이기기 위해 또 하나의 원칙이 세워졌습니다. ‘셈 치고’라는 원칙입니다. "목사님 가족들하고 같이 식사하세요."라며 주시는 물질은 가족들하고 '식사한 셈 치고’ 좋은 일에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누가 봉투를 주시면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라는 인사를 합니다. 저에게 좋은 일이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입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이들을 사랑이 담긴 카드와 함께 격려하는 것이 저에게는 좋은 일입니다선교사님 가족이나 목사님 가족이 LA 나들이 오셨는데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해서 보내드리는 것이 저에게는 좋은 일입니다선교지를 방문해서 교우들이 주신 사랑을 나누는 것이 저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삶의 위로가 긴급히 필요한 이들을 향해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저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저는 그분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을 때마다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한 것이 아니라 교우 여러분이 저를 통해서 하신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 결심이 약해질까 봐 저에게 놓는 엄포입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저와의 약속을 깨트릴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도 잘 도와주었지만,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저와 함께 ‘받은 셈 치고’의 삶을 살아갈 제 아내에게 미리 감사를 드립니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돈 들어갈 곳은 더욱더 많아질 테지만, 지금까지도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온 저희 가족은 앞으로도 '받은 셈 치고, 먹은 셈 치고'의 기쁨과 감사만을 안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때그때 주시는 만남을 통해, 듣게 되는 사연을 통해, 하나님의 필요를 따라 ‘받은 셈 치고, 먹은 셈 치고’ 나눌 수 있는 사랑의 물질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받은 셈 치고, 먹은 셈 치고’ 더 좋은 일에 쓰기를 원하시는 분이 계시면 그 일을 함께 감당하기 원합니다

‘밖에 나가서 점심 한 끼 먹은 셈 치고, 커피 한 잔 마신 셈 치고, 영화 한 편 본 셈 치고, 옷 한 벌 산 셈 치고’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그 나눔이야말로 나를 희생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채우는 참된 사랑이 될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는 ‘셈 치고’의 은혜를 담을 이삭줍기 헌금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거둔 셈 치고' 남겨 놓는 이삭이 누군가의 주린 배를 채우듯 너그러움을 담기 위해 본당 입구에 서 있는 헌금함이 이삭줍기 헌금함입니다.

작년에 21일간 다니엘 기도회를 하면서 하루 한 끼라도 금식하며 이삭줍기 헌금을 드리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많은 분이 한 끼'먹은 셈 치고' 이삭줍기 헌금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올해부터 이 일을 조금 더 활발하게 하기 위해 최상봉 장로님께서 이삭줍기 선교회 회장으로 섬겨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최 장로님께서는 이삭줍기 선교를 통해'받은 셈 치고, 먹은 셈 치고' 드리는 여러분의 작은 정성을 모으는 일을 해 주실 것입니다. 더불어 여러분이 모아 주신 정성 어린 물질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공정하게 관리하는 일도 맡아 주실 것입니다.

'받은 셈 치고, 먹은 셈 치고' 드리는 이삭줍기 헌금을 통한 나눔의 기쁨이 가득한 삶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