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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시는 예수님"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02-08 (토) 12:47 조회 : 198

1월의 마지막 목요일 오후, 집회를 인도하기 위해 오클라호마로 출발할 때쯤 우한 폐렴이라고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대한 염려 때문인지 공항은 한산했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비행기 안에도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3시간 가까이 날아 오클라호마 시티 공항에 밤 1130분경에 도착했습니다.

LA의 북적대는 공항에 익숙한 저에게 오클라호마 공항의 한산함이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자동차로 30분을 달려 도착하니 자정이 넘었습니다. 이튿날인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클라호마에 있는 3개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모인 평신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오클라호마 평신도 지도자 세미나"를 인도했습니다.

이날 모인 교회는 오클라호마 시티 남쪽의 무어(Moore)라는 도시에 있는 '새벽빛 연합감리교회'와 이니드(Enid)에 있는 '평강한인연합감리교회', 그리고 '털사(Tulsa) 한인연합감리교회'였습니다. 한인들이 많지 않은 곳에서 복음을 전하며 신실하게 교회를 지키시는 귀한 사역자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의 아름다운 신앙에 오히려 큰 은혜와 도전을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텍사스에서 5년 사역했던 경험이 있었고, 그때 오클라호마를 몇 번 방문했던 적이 있었기에 낯설지 않은 만남이었습니다. 함께 동역했던 목회자들을 오랜만에 다시 보는 기쁨도 있었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집회를 마치자 이니드와 털사에서 오신 목회자들과 교우들은 주일을 지키기 위해 돌아가고, 저는 오클라호마 새벽빛 연합감리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하며 예배를 같이 드렸습니다.

새벽빛 연합감리교회는 엄준노 담임목사님의 영적 지도력 아래 한어권과 영어권이,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한인뿐 아니라 여러 인종이 함께 어울려 예배를 드리며 신앙생활 하는 교회였습니다. 아름답게 성장하는 귀한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월요일 하루 짬을 내어 오클라호마 시티에 다녀왔습니다.

오클라호마주는 중부의 대평원 지역입니다. 마땅히 볼만한 자연경관도 없고, 내세울 만한 관광지도 없습니다. 그나마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오클라호마 국립 추모 공원'이라고 해서 엄 목사님의 안내를 받아 다녀왔습니다. 이 공원은 1995419일에 일어난 폭탄 테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전역 군인으로 반정부 주의자인 티머시 맥베이가 폭탄을 실은 트럭을 오클라호마 다운타운에 있는 연방 청사 건물 밖에서 폭발 시켜 168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 명이 다쳤습니다.

폭탄 테러가 일어난 시각인 9:01분과 9:03분이라고 적힌 두 개의 커다란 벽이 건물이 있었던 자리 양쪽에 서서 그날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폭발로 사라진 건물터에는 잔디를 깔고 168개의 빈 의자를 두어 그날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었습니다. 잔디밭 맞은편에는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은 나무 한 그루가 희망을 상징하며 서 있었습니다. 추모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데, 길 건너편에 서서 계시는 예수님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차마 폭발이 일어난 쪽을 바라보지도 못한 채 등을 돌리고 서서 울고 계시는 동상이었습니다.

예수님상의 발밑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And Jesus wept. (그리고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 요한복음 1135절에 나오는 이 구절은 성경에서 가장 짧은 절입니다. 나사로의 죽음 앞에 슬퍼하는 이들의 눈물을 보시고 예수님께서 눈물을 흘리셨던 것처럼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등지고 선 예수님은 눈물을 훔치고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쩌면 지금도 세상을 보고 울고 계실지 모릅니다. 예수님의 눈물은 우리를 향한 긍휼의 마음입니다. 예수님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공포에 떠는 이들을 위해서도 눈물을 흘리고 계실 것입니다. 여전히 악이 가득한 세상, 미움과 시기, 질투로 인한 투쟁이 끝없이 이어지는 세상,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무섭게 내 달리는 기차를 탄 사람들을 보시면서 예수님은 눈물을 흘리고 계실 것입니다.

이번에 오클라호마를 다녀오면서 보았던 눈물을 흘리며 서서 계시는 예수님의 뒷모습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예수님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할지 모르지만, 우리라도 주님을 향한 사랑과 믿음, 그리고 소망의 손수건으로 예수님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드리는 신앙인이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