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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 "Latte is horse!"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0-05-24 (일) 21:08 조회 : 209

지난해 9월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를 선정했습니다. BBC가 선정하는 '오늘의 단어'는 세계적으로 흥미를 끌거나 사회적 이슈가 되는 단어들이 그 대상입니다. 덕분에 '꼰대'라는 단어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BBC에서는 한국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을 부르고, 또 나이 먹은 사람을 이르던 은어인 '꼰대'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김)'이라고 정의하면서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 서열주의, 특권 의식 등을 꼬집었습니다. 

'꼰대'는 비단 나이 든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자신의 경험이 전부인 양 충고하며 가르치려는 사람, 자유롭게 말하라고 해놓고 결국 자신의 답을 강조하는 사람, 시키면 해야 한다는 식의 '상명하복'을 요구하는 사람, 나이부터 확인하고 어리면 무시하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릅니다. 

'꼰대'의 특징 중 하나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기성세대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신의 허세 섞인 무용담을 들려줄 때 전제하는 '나 때는 말이야'를 비슷한 발음으로 비꼰 신조어입니다. 더구나 'Latte is horse'처럼 어설픈 영어로 직역해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이민 1세대는 '라떼는 말이야!'라고 할 말이 참 많습니다. 한국에서 경험한 이야기는 빼더라도, 낯선 곳에서 맨주먹으로 사업을 일군 이야기, 이민 가방 2개 달랑 들고 이민 와서 가정을 꾸린 이야기, 수백 달러만 가지고 이민 생활을 시작했던 이야기 등등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꺼내면 며칠 밤을 지새워도 모자랄 것입니다. 

'라떼(나 때)'는 내 인생이 가장 어려울 때였고, 그 어려움과 싸워 이긴 때였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때였기에 그때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요즘 우리가 겪는 세상은 상상도 못 했던 세상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일상이 멈추고, 삶의 터전이 흔들리고, 늘 다니던 곳들의 문이 닫혔습니다. 

금세 끝날 줄 알았던 자택 대피령은 2달을 지나고 있지만, 웬만해선 풀릴 기미가 없습니다. 아니, 풀리더라도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걸릴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우리가 경험했던 이때가 '라떼(나 때)'가 되겠지요. 이때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해서 '몇 달 동안 머리도 자르지 못하고, 식당에서 밥도 먹지 못하고, 교회도 못 가고, 가게도 문 닫고, 화장지 사려고 몇 시간씩 줄 서고.....'라는 끝없는 무용담을 펼치게 될 것입니다. 

이때가 과거가 되었을 그때 '꼰대' 소리 들으면서 '라떼는 말이야!'를 추억하기보다는, 이때 있었던 삶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우리에게는 이민 교회와 이민 사회 역사의 맨 첫 장을 써나가야 하는 사명이 주어졌습니다. 이때 우리가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는 후에 놀라운 역사의 증언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할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예배와 교회 공동체의 중요성을 돌아보고,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분주한 발걸음을 멈추고 삶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우리의 생각을 모은다면 이때를 살았던 이민자들의 삶을 고스란히 후세에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 이 위기도 시간이 지나면 한 때의 추억거리로 남을 것입니다. 우리가 남길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진솔한 모습입니다.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무용담이 아니라, 이때 우리의 삶 속에 역사하신 하나님의 손길입니다. 믿음으로 일어서게 하신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서로를 돌보며 참된 사랑을 전하는 마음을 확인한 이야기입니다. 

이때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서 교회 공보부(박필규 장로)에서 발 벗고 나섭니다. 기억 속에만 있다가 묻힐 이야기를, '라떼는 말이야!'라는 무용담으로 추억될 이야기를 모아 코로나바이러스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살아있는 역사로 만들려고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시대를 살면서 경험한 이야기,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 신앙 고백, 간증, 사진 등 어떤 이야기든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이야기는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무용담이 아니라, 그때 코로나바이러스의 위기를 넘긴 신앙인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을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가고 이야기는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