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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그냥 보내드린 것 같습니다."(09202015)

글쓴이 : LA한인연합감리… 날짜 : 2015-09-20 (일) 01:55 조회 : 1618



주님을 그냥 보내드린 것 같습니다.


 

    긴 방학을 마치고 드디어 저희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갔습니다. 하와이는 7월 말이나 8월 초에 개학을 하는데, 캘리포니아에 오니 지역마다 조금씩 개학날짜가 달랐습니다. 더구나, 사택이 있는 토랜스 지역은 그중에서도 개학이 늦어 9월 첫 주를 보내고서야 학교가 시작되었습니다. 10학년 7학년인 두 아이 모두 학교에 보내고 오랜만에 한가로운 월요일 오전을 맞았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아침 외식을 나갔습니다. 그동안 아이들 때문에 또 교회 일 때문에 아내와 함께할 시간을 갖지 못했던 터라 미안한 마음도 풀 겸 나름 근사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그래 봐야 커피 한 잔에 팬케이크 몇 장이 전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풍성한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야외에 마련된 작은 테이블은 두 사람이 앉아 오손도손 아침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무도 알맞은 분위기였습니다.


    한창 아침을 먹고 있는데, 남루한 차림의 홈리스 한 분이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돈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아내와 즐기는 오붓한 시간에 낯선 이방인이 들어와 방해하는 것 같아 살짝 기분이 언짢아지려고 했습니다. 더구나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돈으로 마약이나 술을 사는 데 쓴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지갑을 열어 볼 생각도 않고 없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대부분 없다고 하면 그냥 가는데, 이 분은 무슨 미련이 있는지 자리를 뜨는 것 같더니 다시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저거라도 주면 안 되겠습니까?" 그분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아내의 접시 위에 얹혀 있는 토스트 두 조각이었습니다. 둘이서 하나씩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껴 두고 있었던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안된다고 했습니다. 토스트 두 조각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우리 자리가 빼앗긴 것 같아서, 저와 아내가 누려야 할 시간에 누군가가 끼어든 것이 싫어서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이었습니다. 쓸쓸히 돌아서는 그분의 뒷모습을 보는 데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토스트 두 조각을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마음은 다시 불러서 남은 토스트 조각 드시라고 하고 싶은데, 아니면 식당에 모시고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해서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혹시나 해서 그가 걸어간 길모퉁이를 한참이나 쳐다보아도 그분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후회가 몰려 왔습니다. 혹시, 그분이 예수님이라면 어떡하지. 제 마음에 예수님을 그냥 보내 드린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설교단에서는 이웃을 사랑하라고, 섬기라고 하면서 정작 제 삶에 들어와 도움을 청하는 사람은 매몰차게 내보낸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회개했습니다. 선교지에서 거리에서 다른 사람을 돕는다고 했던 저 스스로가 위선자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기도했습니다. "주님, 주님이 제 삶에 보내신 분을 그냥 보내드린 것 같습니다. 아니 제 삶에 찾아오신 주님을 그냥 보내드린 것 같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세요. 늘 지나고서야 깨우치는 어리석은 저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그러고 나니 제 삶 주변의 수많은 분이 떠올랐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분들, 사랑해 주시는 분들, 채찍질하시는 분들, 때로는 스쳐 지나가는 분들, 믿음의 길로 이끌어 주셨던 분들, 도움을 준 손길도 아니며, 도움의 손을 벌리던 분들도 모두 주님께서 저에게 보내 주신 사람들이었습니다. "주님이 보내신 분들을 주님으로 알고 잘 섬기며 살게 해주세요! 그래도 저를 믿고 주님의 사람을 보내주셔서 주님의 길을 가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오늘도 주님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부족한 저의 고백과 다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