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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2월을 지나며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1-02-14 (일) 16:29 조회 : 195
우리 말에 ‘애틋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섭섭하고 안타까워 애가 타는 듯하다’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2월 맞으면서 ‘애틋하다’는 말을 떠올린 것은 그 어느 달보다 짧은 달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달은 30일이나 31일인데 비해 2월은 28일이면 끝납니다. 4년에 한 번씩 ‘윤년(閏年)’을 맞으면 ‘윤일(閏日)’을 보태 29일까지 버텨보지만, 여전히 짧습니다. 

직장인들은 하루나 이틀을 덜 일 하고 같은 월급을 받으니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를 내어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매상은 줄고 나가야 할 돈은 똑같기에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달이기도 합니다.

2월에 들어서면서 특별한 날이 연이어 다가옵니다. 2월 12일은 고국의 명절인 ‘설’이었습니다. 2월 14일은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발렌타인 데이’입니다. 2월 17일은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입니다. 

그런데, 올해 맞는 이런 날들이 애틋하기만 합니다. ‘설’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묶였습니다. 지난해 추석에도 만나지 못한 고향 식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마음은 애틋하기만 합니다. 

이민자로 사는 우리야 어차피 명절을 지키지 못하지만, 갈 수 있는데 못 가는 것과는 다르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명절을 맞는 마음에는 더욱 큰 애틋함이 묻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과 선물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인 발렌타인 데이도 사실은 애틋한 사연이 숨어 있습니다. 로마의 황제가 전쟁 중에 사기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 결혼 금지령을 내렸지만, 발렌티노 주교는 비밀리에 결혼식을 주례했고, 이 일로 사형을 당한 날이 2월 14일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후 발렌타인 데이는 ‘죽음을 각오하고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도 애틋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재의 수요일'에는 종려나무 잎사귀를 태운 재를 이마 혹은 손목에 바르고 회개의 기도를 드리는 전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시작된 사순절 기간에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생각하며 기도와 말씀, 금식과 절제를 통해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영적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정갈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맞는 ‘재의 수요일’ 바로 전날을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이라고 부릅니다. 금식과 절제를 향해 나아가는 길목을 ‘슈퍼 화요일’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전통적으로 기독교 문화에 살던 신앙인들이 사순절이 시작되면 기도와 말씀, 금식과 절제를 실천해야 하니 그날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인 화요일에 마음껏 놀고먹자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브라질의 ‘카니발(Carnival)’이나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마디 그라(Mardi Gras)’라는 축제가 바로 이러한 전통에서 열리는 축제입니다. 

이날을 영어로는 ‘뚱뚱한 화요일(Fat Tuesday, Shrove Tuesday)’이라고 하고, 프랑스어로 영어와 같은 뜻의 ‘마디 그라(Mardi Gras)’라고 하는데 지독한 폭식과 방탕과 타락으로 변하는 세상의 모습을 보는 기독교인들의 마음은 애틋하기만 합니다. 

그런 애틋함 속에서 2월 17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사순절을 뜻하는 ‘렌트(Lent)’는 ‘봄’이란 뜻인 ‘Lencten’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긴 겨울을 견디고 맞이하는 봄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은 지난해부터 코로나바이러스로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온 겨울은 세상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까지도 얼어붙게 했습니다. 이제 사순절을 맞아 그 얼어붙은 세상과 마음이 서서히 녹을 때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므로 죄로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신 것처럼, 우리 삶에도 얼어붙은 마음이 녹는 자리에 생명의 싹을 틔워야 할 때입니다.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를 기억할 때 우리의 마음은 애틋함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애틋함은 곧 부활의 기쁨으로 변하게 될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애틋하다’라는 말에는 ‘섭섭하고 안타까워 애가 타는 듯하다’라는 뜻 외에 또 하나의 뜻이 있습니다. 바로 ‘정답고 알뜰한 맛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정답고 알뜰한 맛이 살아나는 애틋한 계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