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게시물 278건, 최근 1 건
   

하늘 가는 길에 만나는 십자가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21-03-13 (토) 20:53 조회 : 1467
예전에 사역하던 교회에 글을 읽을 줄도 쓸 줄을 모르시는 집사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도 그분은 오래전에 미국에 오셔서 어떻게 운전 면허증을 따셔서 운전하고 다니시는데 시내 구석구석까지 안 다니는데 없이 잘 다니셨습니다. 

동네야 늘 다니던 곳이고, 또 길을 잘못 들어도 몇 번 돌다 보면 집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별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도로 표지판도 읽지 못하는 분이 차를 몰고 모르는 길을 척척 찾아다니시는 모습이 너무도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집사님이 해마다 가을이 되면 밤을 따러 가시는데, 3~4시간을 운전해서 다녀오시는 것이었습니다. 내비게이션도 없을 때였습니다. 아니 있다고 해도 글을 모르니 사용하기도 어려우셨을 것입니다. 한번은 한 차 가득 밤을 따가지고 오신 집사님에게 제가 물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먼 길을 잘 찾아서 갔다 오셨어요?” 

집사님은 자신만의 운전 비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분은 도로 표지판을 읽지 못하기에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머리로 익혀 둔다고 했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하얀색 큰 건물이 나오면 다른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높은 산을 두 개 지나면서 다리를 건너서 몇 번째 길에서 내리고, 내려서 오른쪽으로 꺾고, 한참을 가다가 다시 몇 번째 신호등에서 왼쪽으로 돌고…… 

그렇게 자기가 세운 이정표를 따라 밤나무 숲을 찾아 밤을 따고는 또 자신만이 아는 이정표를 쫓아 집으로 돌아오시곤 했습니다. 집사님은 해마다 가을이 되면 밤을 따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때마다 저에게도 햇밤 한 봉지를 주셨습니다. 그 해도 밤을 따러 간다고 하시길래 잘 다녀오시라고 기도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이 되었는데도 집사님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교회로 오셔서 ‘목사님 올해 딴 햇밤 맛 좀 보세요’ 하실 분인데 소식이 없었습니다. 은근히 걱정도 되었지만 그렇다고 괜히 전화하면 밤 가지고 오라는 소리로 들릴 것 같아 참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날 오후 늦게 집사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잘 다녀오셨냐고 묻는 제게 집사님은 “이번에는 밤나무 숲 찾는데 고생 좀 했습니다.”라고 대꾸하셨습니다. “아니 그렇게 운전을 잘하시고, 벌써 여러 번 다녀오셨는데 무슨 고생을 그렇게 하셨어요?” 제가 다시 묻자 집사님은 말도 말라고 하시면서 일 년 만에 찾은 그 동네에 건물이 얼마나 들어섰는지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이정표가 싹 바뀌어 있었다고 했습니다. 

산을 몇 바퀴 돌다가 찾지 못한 채 어둠이 내렸고, 차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에 해가 뜨는데, 그 햇빛에 비친 산 그림자를 따라갔더니 자신이 늘 다니던 밤나무 숲이 나왔다고 하시면서 오전 내내 밤을 줍고 지금 막 도착하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집사님은 하나님이 해를 통해 산을 비추어 주셔서 길을 알려 주셨다고 하면서 낯선 곳에서 살아 돌아온 간증을 하셨습니다.

가끔 그 집사님이 밤 따러 다녀오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그 모습이 마치 우리가 걷는 ‘하늘 가는 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이정표로 삼고 그 길을 따라야 하는데,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한 채, 세상이 세운 이정표를 따라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처럼 여겨집니다. 세상이 세운 전통, 가치, 경험과 습관을 따라 열심히 달려왔지만, 그 길은 항상 틀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길을 잃고 방황하던 우리에게 하나님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확실한 이정표를 세워 주셨습니다. 그 이정표는 바로 ‘십자가’입니다. 그 십자가는 말씀을 모르는 자나, 말씀을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던 자나 모두가 다 놓칠 수 없는 분명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그 십자가야말로 우리를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인도하는 이정표입니다. 

우리는 사순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사순절의 마지막 한 주간은 고난 주간입니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님께서 묵묵히 지신 십자가, 그 십자가에서 당하신 고난을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는 우리가 보고 따를 수 있는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3월 29일(월)부터 4월 3일(토)까지 매일 저녁 7시 30분에 ‘줌’(Zoom)을 통해 ‘고난주간 기도회’를 갖습니다. 이번 기도회의 주제는 ‘하늘 가는 길에 만나는 십자가’입니다. 이번 기도회의 주제처럼 ‘하늘 가는 길에 만나는 십자가’가 우리의 영적 여정을 ‘하나님의 나라’로 바르게 인도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며 여러분을 그 복된 기도의 이정표를 세우는 자리에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