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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졌을 때 잊지 말아야 할 것 (02142015)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6-02-13 (토) 11:03 조회 : 1487

늪에 빠졌을 때 잊지 말아야 할 것

 

지난 주말 행복한 말씀의 향연에 한껏 빠져 지냈습니다. "길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시간마다 주시는 말씀은 길을 잃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무작정 달려가던 이민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두려움에 차마 뒤돌아보지 못하고 살던 우리에게 뒤를 돌아볼 용기를 내게 했고, 분주함에 멀리 바라보지 못하던 삶의 자리에서 고개 들어 멀리 내다보는 여유도 갖게 했습니다. 집회를 마친 후 저는 김기석 목사님과 함께 옥스나드에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열린 "성장하는 교회 컨퍼런스, Growing Church Conference"에 참석했습니다이 모임은 10여 년 전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목회하시는 목회자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기도하고 교제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 대부분의 목회자 세미나는 대형교회 목회자의 성공스토리가 주제일 때가 많았습니다그런 모임에 참석하고 나면 좌절감이나 허탈감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이민 교회의 현실이 한국이나 특별한 교회의 모습과 너무도 달랐기 때문입니다차라리 우리끼리 모여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낫겠다 싶어 비슷한 처지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목회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교회 컨퍼런스, Small Church Conference"라는 이름으로 모였는데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교회라는 제목이 주는 한계가 있다면서 "성장하는 교회 컨퍼런스, Growing Church Conference"라는 이름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그마저도 예산이 없어서 이어지지 못하다가 작년에 다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이 모임에는 새롭게 개척된 교회의 목회자들최선을 다하는데도 오랫동안 정체된 교회의 목회자들한인이 많지 않은 곳에서 그저 묵묵히 교회의 사명을 감당하고자 강단을 지키는 목회자들교회의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목회자를 동역자로 여기며 함께 기도하고함께 고민하고자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콜로라도애리조나하와이오레곤워싱톤에서 온 30여 명의 목회자가 모였습니다.

 

월요일 저녁 예배로 시작한 모임은 다음 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고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격려가 되었습니다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마음에 든 생각은 교회와 목회자가 ''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연합감리교회의 목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안수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도 길고 험하므로 가도 가도 빠져나올 수 없는 ''과 같이 여기는 분들이 계셨습니다한인이 많지 않은 곳에서 고군분투하며 목회하면서 빠져나올 수 없는 현실을 ''으로 여기는 분들도 계셨습니다대도시에서 목회하시는 분들도 나름대로 ''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이 모임의 자리를 빠짐없이 지키고 계시던 김기석 목사님께서 주제 강연 시간에 이런 말씀을 주셨습니다. "늪에 빠졌다고 해서 우리가 길을 가던 사람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바로그것이었습니다그 깨달음을 곱씹는데 또잊지 말아야 할 것이 생겼습니다. '늪에 빠졌다고 해서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를 잊어서는 안 되고우리를 보내신 분이 누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깨달음은 목회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민 생활이라는 ''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세상은 사람들을 물질의 늪에 빠트리려고 하고때로는 향락의 늪욕망에 늪에 우리를 가두려고 애씁니다하나님의 은혜는 '절망의 늪'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입니다시인 정호승은 ''이라는 시에서 "지금부터 절망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지 않겠다"라고 선포합니다그는 계속 노래합니다. "남은 시간이/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희망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겠다/절망에는 늪이 없다/늪에는 절망이 없다/만일 절망에 늪이 있다면/희망에도 늪이 있다/희망의 늪에는/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가득 빠져 있다." 시인은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지금부터 절망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지 않겠다"라는 선포라고 노래합니다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죽음이 절망이 될 수 없다고선포하셨습니다그렇지요늪에 빠졌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늪에 빠졌다고 우리가 주님의 길을 가던 사람이라는 사실조차 잊어서는 안 됩니다은혜로 보니 늪의 이름은 희망의 늪이고그 늪에는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가득 빠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