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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잘살았다!"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9-01-15 (화) 14:08 조회 : 161

"꽤 잘살았다!" 이 말은 '침묵'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ㆍ1923~1996)가 노년에 쓴 수필집 '회상'에서 한 말입니다. 누구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회고록을 쓸 때쯤 되면 겸손해지고 정직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기에 "꽤 잘살았다!"는 엔도 슈사쿠 말이 조금은 교만하게 들립니다.

그가 "꽤 잘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던 이유는 자신의 소설이 세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노벨 문학상 후보로 여러 번 거론된 이력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를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작품들은 평생 그를 괴롭혔던 육체적 질병을 뼛속 깊이 받아들여 얻은 물질적, 정신적 결과물이라고 털어놓았던 그였습니다. 그런 그가 이순을 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꽤 잘살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아무리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나 사소한 추억조차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 그것은 오히려 귀중한 것을 그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또, 그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하나뿐이 '채널'에 만족하지 않고 백여 개의 '채널'을 부지런히 돌리며 이런저런 호기심을 채우면서 열심히 산 것도 "꽤 잘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도 부지런히 살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바쁘게 달려왔는데, 성실히 살았는데, 정작 어떻게 살았냐고 물어보면 고작 한다는 말이 "겨우겨우" 아니면 "죽지 못해"라는 말입니다. 조금 형편이 나아 보이는 사람들은 "그럭저럭"이라고 말하며 겸손한 척할 뿐입니다.

물론,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만족한 것보다 아쉬운 것이 훨씬 더 많아 보이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세월을 "잘못 산" 후회의 시간으로 지워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엔도 슈사쿠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는 어떤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나 사소한 추억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교훈이 되고, 우리를 이끌어주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쓰라린 실패를 디딤돌 삼아 더 멋진 인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2018년도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았습니다. 마지막 한 달을 버티다 결국은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2018년 달력이 왜 그렇게밖에 못 살았냐고 묻는듯합니다. 달력과 함께 지나온 발자취가 남긴 후회와 작은 허물까지도 망각의 쓰레기통에 넣어 버렸습니다.

새해 달력을 벽에 걸며 희망을 봅니다. 삶의 위기와 고난만이 인도할 수 있는 멋진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한 해 얼마나 많은 어처구니없는 사건과 실패가 있었습니까? 잊어도 될만한 사소한 추억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요? 그 실패와 추억 속에 담긴 귀중한 교훈을 찾아낼 수 있다면 잘 산 인생 아니겠습니까?

그 깨달음을 의지해서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과 작별하고 새로운 달력을 걸며 외쳐봅니다. 지난 한 해 "꽤 잘살았다." 그리고 올 한 해도 "꽤 잘살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한마음 한사랑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