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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맥도날드가 들어서는 날

글쓴이 : LA연합감리교회 날짜 : 2018-06-07 (목) 10:37 조회 : 25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가졌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미국과 북한의 정상 회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회담이 열린 지 한 달여를 지나면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선언문의 내용보다는 그날 먹었던 음식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회담 이후 평양냉면이 큰 인기를 끌었고, 미국의 한 방송에서는 '냉면 외교'라는 말까지 만들어 내더니 미국과 북한의 정상 회담을 앞두고는 '햄버거 외교'라는 말까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06년 대선을 앞두고 내세웠던 공약 중 하나가"북한의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비핵화를 논의하겠다."는 말이었다. 물론, 이 말은 이전 정권이 중국의 정치인들을 백악관에 초대해 값비싼 저녁 만찬을 베풀고도 협상에서 실이익을 얻지 못한 것을 비꼬아서 한 말이었지만, 그 말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북한에서도 평양에 맥도날드가 들어서기를 기다린다는 말이 솔찮게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 대통령 정책특보도 북한이 원하는 것은 대동간변에 트럼프 타워가 올라가고, 평양에 맥도날드가 들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평양냉면이 인기를 끄는 것이 통일에 국민의 염원이라면, 평양에 맥도날드가 들어서기를 기대하는 것은 미국의 북한 경제 제재 해제를 넘어서는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에 맞물린 북한의 개방과 비핵화의 결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전문가로 뉴욕 타임스에 중동 관련 칼럼을 쓰는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eedman)은 그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골든 아치 이론(Golden Arch Theory)'을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골든 아치'는 전 세계에 매장을 둔 맥도날드의 노란색 'M'자 모양의 로고를 일컫는다. 그는 맥도날드가 입점한 나라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예로 중동의 복잡한 정치 상황에서도 맥도날드가 입점해 있는 이스라엘,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난 적이 없고, 맥도날드가 들어가 있지 않은 나라인 시리아, 이라크, 이란은 전쟁을 치렀거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골든 아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의 관계를 보면 이 이론은 더 분명해진다. 물론, 이 책이 나온 지 20년이 되었기에 예외도 생겼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소련이 해체되기도 전인 1990 1월 맥도날드1호점이 모스크바에 문을 열었을 때 늘어선 긴 줄은 구소련 붕괴와 개방화의 신호탄이 되었던 것처럼 맥도날드 입점이 가지는 몇 가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우선은 서구 자본주의 수용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 맥도날드가 들어선다는 것은 그만큼 개방화가 이루어졌다는 증거고, 햄버거로 한 끼를 요기하기 위해 5달러 정도를 쓸 수 있는 중산층이 생겼다는 증거다. 중산층은 나라 전체의 경제적 수준 향상과 사회적 기반 조성, 그리고 일자리 확충을 통해 생겨난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런 조건을 갖춘 나라의 국민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전쟁보다는 평화를 통한 협상과 정권 유지 및 교체를 원하기에 그런 나라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골든 아치 이론'의 핵심이다.

프리드먼의 '골든 아치 이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델의 갈등 예방이론'으로 수정되었다. '(Dell)' 컴퓨터 부품이 공급되는 나라끼리는 전쟁이 없다는 이론이다. 델 컴퓨터 부품이 공급된다는 말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로 체제가 개방되었다는 뜻이고, 그런 사회에서는 정보를 제한하는 독재 정권이 더는 통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제, 삼성의 전화기가 들어가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거나, 스타벅스가 입주한 나라끼리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SS 이론'도 나올만하다. 이 모두가 정보화의 상징이요, 경제적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평양에 맥도날드가 들어서는 날을 기다린다. 그날은 정치적 판단과 정치적 이해에 따른 인위적 골든 아치가 세워지는 날이 아니라, 북한 사람들이5달러 하는 빅맥을 부담 없이 사 먹을 정도의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 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평양에 문을 연 맥도날드가 망해 나오지 않을 만큼의 중산층 고객이 확보되기를 바란다. 그 정도가 되려면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인권을 담보로 정권을 유지하는 독재체제가 먼저 변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이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삼성 전화기로 전화를 걸고, 델 컴퓨터로 세상과 소통하는 날을 속히 오기를 바란다. 평양에 맥도날드가 들이자는 같은 말을 하면서도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 서로 자신의 이익을 따지는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 걱정이지만, 평양에 맥도날드가 들어서는 날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핵 위협과 전쟁의 긴장이 사라지고, 북한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자유로운 문화적 교류가 일어나는 날이 될 것이다. 그런 기대를 안고 평양에 맥도날드가 들어서기를 기다린다.

<LA중앙일보 칼럼 2018년 6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