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콜로라도 스프링스”(Colorado Springs)에서 열린 “서부연회 선교모임”에 참가했습니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모임 자체에 대한 어떤 기대나 바람을 가지고 참가한 것이 아니라, “피곤”에 찌든 몸과 마음을 반드시 새롭게 해야만 한다는 “절박한 당위성”을 가지고 “쉼”을 찾아 간 것입니다. 물론, 순서가 맡겨져 있어서 적지 않은 부담감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콜로라도에 대한 작은 기대감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습니다. 예전에 섬겼던 목회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휴양지가 바로 “콜로라도 스프링스”였습니다. 저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로라도”는 항상 예외였습니다. 콜로라도는 제가 찾아갈 때마다 지친 저에게 항상 신선함과 새로운 에너지를 선물해 준 영혼의 충전소입니다. 자연의 웅대함과 신비함이 그 곳에 사는 사람들과 맞물려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미국의 몇 개 안 되는 “망가지지 않은 도시”입니다. “콜로라도 인디오들”의 삶의 풍취와 애환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 도시를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영적인 “로뎀나무”로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습니다. 머리 속의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랬는지, 다시 찾은 콜로라도는 모든 것이 낮설고 변해있었습니다. 생소했습니다. 더 이상 신비하지도 않았습니다. 상업화된 자연으로 가득 찬 빛바랜 여인 같았습니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기억으로 다시 만난 사람들도 모두 예전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허탈감이 입술에서 삐져 나왔습니다. “참, 많이 변했다!” 알 수 없는 허탈감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LA 공항에 내렸을 때, 갑자기 신선한 매연(?)이 코끝을 찔렀습니다. 정겨웠습니다!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몰려왔습니다. 그 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세상이 변한 것이 아니라, 변한 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천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나 자신을 내가 알기도 쉽지 않습니다. 목회는 결국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많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때는 “내가 확실하게 아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내가 알지 못했던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사람”이 그의 속에 공존하고 있었음을 보게 됩니다. “사람은 도무지 파악할 수 없는 작은 우주”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합니다. 캔사스 위치타에서 목회를 할 때, 한국에서 갓 온 간호사 한 분이 있었습니다. 저 보다 한두 살 위였는데 가녀린 외모와 착한 심성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언어의 장벽과 문화적인 차이, 그리고 과중한 업무에 짓눌려 참으로 많이 고생했습니다. 예배나 기도회 때마다 끝까지 남아 눈물로 기도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러다가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이 곳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사는 “이 선생님”이라는 분과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마음 한 켠에는 “반드시 행복하게 잘 사셨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과 염려를 접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만나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희 집사람과의 전화를 통해서 제가 그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그 때의 나약한 모습이 한 군데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강인하고 적극적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동네에서 최고의 유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내가 알고 있던 그때 그 분이 맞나?”하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습니다. 안심이 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사람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밥을 먹는데, 그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목사님, 변하신 곳이 한 군데도 없어요! 어쩌면 그렇게 그대로세요!” 제가 빨리 말을 받았습니다. “당연하지요! 사람 바뀌면 죽습니다!” 정말 저라도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